감정의 반영
내담자가 상담실을 찾는 이유는 불안하거나 우울하거나 실망하거나 심리적으로 괴로운 감정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내담자의 느낌과 감정을 상담자가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상담의 방향이나 방법을 구체화시킬 수 있고 융통성 있고 자연스럽게 상담을 진행해 나갈 수 있습니다.
감정의 반영은 내담자의 감정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과 더불어 내담자에게 감정을 중심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감정은 내담자의 경험과 행동에서 일어나는 것이므로 내담자가 표현한 말의 내용뿐만 아니라 말하는 방식, 즉 비언어적 행동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숨소리 또는 말의 속도가 변하는 것, 얼굴을 붉히는 것, 말을 더듬는 것, 특정 단어를 힘주어 말하는 것, 입술, 눈동자의 변화 등입니다. 감정을 반영할 때는 그 감정에만 또는 그 감정에 대한 이유를 중심으로 잠정적이지만 명확하게 표현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내담자는 자신이 어떻게 느끼는지 모르거나 그 감정에 부정적이어서 스스로 그 감정을 파악하고 수용하는 데 어려워합니다. 더구나 감정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인식하기보다는 느낌이기 때문에 그 감정을 표현하는 데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이럴 경우 정확하고 완벽할 수는 없지만 상담자가 표현한 감정의 반영이 내담자가 느끼는 것과 비교적 가깝다면 상담자로부터 충분히 이해받고 있다고 내담자는 느끼게 되고 자신의 감정을 보다 분명히 말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러한 상담자와의 경험은 내담자가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격려하고 자신의 감정을 관리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며 표현하지 못한 경험이나 의미를 분명하게 하여 드러낼 수 있게 하기도 합니다.
내담자는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접촉하게 될 때 비로소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결정할 수 있고 나아가 자신의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상담자가 기억해야 할 것은 내담자가 자신의 감정을 찾고 좀 더 깊은 감정으로 들어가기 위해 상담자가 편안하고 허용적인 감정의 반영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재진술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내담자를 만나는 상담자는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역할은 그들의 이야기를 잘 알아듣는 것입니다. 내담자가 경험하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내담자의 생각이나 감정 상태가 어떠한지, 어쩌다가 그 어려움에 빠지게 되었는지 등을 주의 깊게 듣고 그가 자신의 문제에 대해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상담자의 중심 과제입니다.
대부분의 초보 상담자들은 내담자의 말을 잘 알아듣고 그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을 파악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말을 다른 어떤 내용을 이해하는 것보다 집중하고 경청하게 되는데 이는 단지 듣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를 진심으로 이해하기 위해 심사숙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서 상담자가 내담자의 말을 이해했음을 전달하거나 내담자 경험의 핵심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내담자에게 되돌려주는데 이때 사용될 수 있는 것이 재진술입니다. 즉, 재진줄을 통해 상담자는 내담자가 언급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나의 초점으로 맞추며 혼동되는 내용을 명료화시켜 내담자에게 자신의 가장 중요한 문제에 집중할 수 있게 합니다. 또한 내담자는 아무런 판단 없이 내용을 비추어 주는 상담자의 반응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타인으로부터 들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습니다. 혼란스럽고 심리적으로 갈등 상황에 있는 내담자에게 상담자의 재진술은 자신의 문제가 타인에게 어떻게 들리는지 알 수 있게 하고 자신이 실제 생각하는 것을 숙고하게 합니다.
따라서 재진술은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고서 상담자가 자기의 표현 양식으로 바꾸어 말해 주는 기법입니다. 이것은 상대방을 이해하고 있음을 전달하고 좀 더 간결한 방식으로 상대방의 대화 내용을 요약하며 상대방의 말을 상담자가 올바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감정의 반영이 대화 뒤에 숨겨진 '내담자의 느낌'에 강조점을 두는 반면 재진술은 대화의 '내용', 즉 인지적 측면에 강조점을 둡니다.
재진술은 내담자의 말을 단지 듣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이해하고자 하는 상담자의 능동적인 자세에서 비롯됩니다. 즉, 재진술은 내담자의 말의 내용이나 의미를 반복하거나 부연하는 것으로 내담자가 하는 말보다 짧지만 유사한 단어를 사용하여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표현합니다. 재진술을 통해서 내담자가 호소하는 문제의 핵심적인 부분이 드러나고 그것에 대한 정확성이 확인되는 등의 매우 다양한 효과가 나타납니다.